베라루빈과 천문대 – 보이지 않는 우주를 밝히다
우주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반짝이는 별과 은하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주에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을 전체 물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주의 85% 이상이 정체불명의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 거대한 비밀을 처음으로 관측을 통해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가 바로 베라 쿠퍼 루빈이다.
베라 루빈은 1970년대에 은하의 회전 곡선을 연구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태양계의 경우 태양에서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태양의 중력이 약해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은하의 회전에서는 이와 다르게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 근처의 별들과 비슷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질량, 즉 암흑물질이 은하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베라 루빈의 업적은 오늘날 우주론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핵심 증거가 되었고,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 또한 바꾸게 되었다.

(사진1 : 베라 루빈, 출처 NOIRLab/NSF/AURA – https://commons.wikimedia.org/)
“내가 문을 열면, 그 문은 다른 여성들을 위해 더 오래 열려 있어야 한다”
루빈의 이야기는 과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루빈이 연구를 시작하던 당시, 여성은 과학계에서 소외되어 있었고, 심지어 박사과정 진학조차 제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빈은 끈질기게 연구를 이어갔으며 세계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었다. 동시에 여성 과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며 후학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과학과 사회 모두에 큰 발자취를 남긴 루빈의 이름은 차세대 거대 관측소에 새겨졌다. 바로 베라 루빈 천문대 이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칠레 안데스 산맥 세로 파촌에 건설중이며, 8.4미터 구경의 대형 광시야 망원경과 세계 최대 규모인 3.2기가픽셀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베라 루빈 천문대의 핵심 임무는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 라는 프로젝트로, 향후 10년동안 남반구 하늘 절반을 촬영하여 은하, 별, 소행성, 초신성 등 수십억개의 천체들의 변화를 기록할 예정이다.

(사진2: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최초로 공개한 사진 중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 출처 https://noirlab.edu/public/news/noirlab2521/)
베라 루빈은 보이지 않던 세계를 관측으로 밝혀 낸 천문학자이고, 베라 루빈 천문대는 그 유산을 계승해 앞으로 우주의 숨겨진 진실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