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저녁에 서쪽 하늘을 보면 유난히 밝은 별 하나를 볼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어! 저 별 너무 예쁘다! 무슨 별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별이 아니다. 하늘에 밝게 반짝이고 있는데 별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대체 무엇일까?

세종어린이천문대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 – 본인 촬영
우리는 일반적으로 하늘에 떠 있는 것이면 다 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하늘에는 다양한 천체들이 있다. 별을 제외하고도 별들의 무리인 ‘성단’, 구름처럼 뿌옇게 보이는 ‘성운’, 그리고 지구의 가족인 ‘행성’이 있다. 여러분이 발견한 별의 정체는 바로, ‘행성’이다. 행성에는 8가지가 있는데, 흔히들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한다.
우리가 하늘에서 발견한 행성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금성’이다. 금성을 자세히 보면, 다른 주변 천체들에 비해 매우 밝은 천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또 다른 행성인 화성과 목성에 비해서도 밝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실제 사진을 보면서 비교해 보자. 아래의 사진을 보면 좌측 아래에 화성, 중앙 위에 목성이 있다. 그리고, 금성의 사진을 다시 확인해 보면,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아도 밝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렇게 밝은 별이 보이면, 별이기 전에 행성이라는 것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금성은 왜 훨씬 밝게 보이는 걸까?

세종어린이천문대에서 바라본 동쪽 하늘 – 본인 촬영
행성 중 금성이 제일 밝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성이 밝게 빛날 수 있는 이유는 태양 덕분이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에 빛을 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데, 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태양이다. 태양이 강하게 빛을 내고 있으면, 행성은 그 빛을 받은 다음 그대로 반사하여 지구로 보낸다. 그리고, 그 빛을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행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빛을 얼마나 반사하는지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빛을 많이 반사할수록 밝게 보이고, 적게 반사할수록 어둡게 보인다. 행성마다의 반사율은 다음과 같다.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반사율이 낮고, 1에 가까울수록 반사율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즉, 반사율이 0이면 빛을 아예 반사하지 않고, 반사율이 1이면 빛을 전부 반사한다는 뜻이다.

자료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 행성들의 물리량 中 반사율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한 가지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대기를 많이 가진 행성일수록 반사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 예로, 수성과 목성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 수성은 반사율이 거의 0.1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그래서, 수성은 표면을 보호해 줄 대기가 없어 다른 행성에 비해 표면에 상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목성은 대적점이라는 커다란 거대 구름과 줄무늬가 보일 정도로 대기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그렇기에, 반사율이 절반 이상을 넘어가는 0.52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주인공인 금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금성도 물론 대기가 있는 행성으로, 매우 두꺼운 대기를 갖고 있다. 얼마나 두꺼운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비교해 보자면, 지구 대기의 90배 정도 된다. 두꺼운 만큼 대기의 밀도가 높아 금성의 대기는 두꺼운 공기로 꽉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두꺼운 대기는 훨씬 더 많은 빛을 반사하게 되고, 그대로 지구로 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성이 다른 행성들에 비해 밝게 빛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면, 대기가 두꺼울수록 반사율이 높아 우리 눈에 더 밝게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금성이 더 밝게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앞으로는 이 시기의 서쪽 하늘에 유난히 밝은 천체가 보인다면, 그냥 별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저건 유난히 밝게 빛나니 행성이구나!’부터 ‘금성은 두꺼운 대기가 있어 더 밝게 빛나는구나!’까지 생각의 폭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